‘아픔’이 담긴 ‘싸다구’, 공정무역-유기농 “비싸도 ‘공정’해서 좋아”

2014-09-26 11:53:09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유기농 전문매장에서 1주일에 한 번씩 과일과 채소를 주문합니다. 물론 가격은 일반 마트나 슈퍼의 몇 배죠. 엄마가 아랫집에 사시는 데 배달 온 박스에 담긴 못생긴 과일이나 채소를 볼 때마다 ‘이걸 돈 주고 사 먹느냐’며 핀잔을 줍니다. 그런데 그 이상은 하지 않으세요. 사실 엄마도 건강에 좋다는 건 아시거든요” 한 30대 후반 주부의 말이다.

과거와 달리 주부들은 ‘싼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초저가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담겨있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온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 30대 초반 여성은 “점심을 마치고 동료와 걷다가 ‘초콜릿’이라는 글자만 크게 쓰인 제품이 있어서 사봤어요.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하던데. 맛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았고 가격도 좀 의아했지만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실제 이런 사례는 많다. 나이키가 어린아이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데 분노하고, 스타벅스 등 유명브랜드 커피 역시 제 3세계 노동자들의 희생이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풍미라고 느껴진 쓴맛이 씁쓸함으로 뒤바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무역’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72.5%가 공정무역의 내용이 좋아서 적극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같은 조사(2009년 70.4%, 2010년 66.6%, 2011년 69.5%, 2013년 67.7%)와 비교했을 때 ‘공정무역’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데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공정무역제품의 혜택으로는 소비생활을 통한 사회적 의미부여(57%, 중복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제품가격구조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36.2%), 생산자의 생산 환경에 대한 정보공유(24.8%), 전 지구적 공동체의식 제고(21.3%) 등을 꼽아 공정성이 담긴 가격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업이 박리다매를 위한 초저가와 차별화를 핑계 삼은 초고가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소비자들은 의미 있는 소비에 눈을 떴다.

물론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 중 하나라는 시각(52.1%)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20대 56.7%, 30대 53.8%, 40대 48.5%, 50대 48.5%) 폭넓게 확산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공정이 마케팅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분 있는 소비를 찾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기업이나 사회가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찾아가는 소비자들은 저가로 혹세무민하려는 빅 브라더의 소리 없는 권력을 무너뜨리고 있다.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사진=시크뉴스,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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