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지동훈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대표이사
- 3월 대학로에 사옥 '페어트레이드센터' 개소
- "가치소비 시대 발맞춰 공정무역 시장도 더 커질 것"
- 소셜 섹터 '워싱' 시대..."독립 감사기구로 신뢰성 보장"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한복판에 ‘공정무역 빌딩’이 섰다. 국제공정무역기구(Fairtrade International, FI) 한국사무소가 지난 2일, 혜화역 1번 출구 인근에 개소한 ‘페어트레이드센터(Fairtrade Center)’다. 사무공간과 더불어 공정무역 인증 원두로 커피를 타주는 ‘페어트레이드 카페’, 250여개의 공정무역 인증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는 ‘페어트레이드 샵’이 들어섰다.
출범 11년 만에 올린 사옥이다. 이전에는 사무공간이 서울 중구 국도호텔 21층에, 홍보관이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8일, 센터 3층 사무실에서 만난 지동훈 대표이사는 “5년 전부터 준비해온 공간”이라며 “국내 제조 기업들이 생산하는 공정무역 제품과 수입해오는 제품을 한곳에 모아 샵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옥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센터 설립에 힘입어 공정무역 시장을 확장하려는 새로운 결심도 차 있었다.
“소비자들과 더 가까워지고파…곧 1000억원 시장 바라본다”
“사실 공간은 오히려 작아졌어요. 국도호텔 사무공간은 250평이었는데, 여기는 연면적이 120평이거든요. 그래도 업무 공간의 효율성이나 소비자, 기업 접근성 면에서 훨씬 좋아서 왔습니다. 대학로라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방문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에 못지않게 젊은 부부부터 40~50대 어른들도 관심 두고 찾더라고요.”
지동훈 대표는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건물을 한 층 한 층 소개했다. 제일 세심하게 소개한 공간은 지하 1층의 페어트레이드 샵 이었다. 벽은 초록색, 빨간색 등 원색으로 칠해 정감 있는 느낌을 줬다. 유기농 면화로 만든 옷부터 와인, 초콜릿 등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이 전시돼있었다. 방문객을 위한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포토존도 마련돼있었다. 지 대표는 전시된 상품들의 특징을 일일이 설명하며 애정을 보였다.
글로벌 공정무역 인증 제품 판매액은 2020년 기준 14조원을 기록한다. 지 대표는 “이 중에서도 국내 공정무역 인증 제품 매출은 2020년 기준 약 700억원으로 측정된다”며 “가치소비, ESG 등의 키워드가 성장하면서 올해 안에 1000억원까지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페어 워싱’ 막아주는 독립 감사기구
지동훈 대표는 지난 2011년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출범과 함께 12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가 공정무역 개념을 알게 된 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에서 일하면서다. 그는 “2000년대 후반 당시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이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었다”며 “특히 국제공정무역기구는 2015년 48개 국제 비영리 기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비영리 기구 투명성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신뢰도가 높은 기구”라고 설명했다. 그가 공동대표 장 자끄 그로하(Jean-Jacques Grauhar)와 함께 한국사무소를 출범시킨 이유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2번째로 연 FI 사무소이며, 세계 32개 국가 사무소 중 하나다.
한국사무소는 ▲공정무역 참여 희망기업 원료 소싱 및 판로 개척 지원 ▲공정무역 참여 업체 브랜드 및 상품 홍보 지원 ▲공정무역 마크 사용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맡는다. 쉽게 말해 국내에서 ‘공정무역 인증 마크(Fairtrade Mark)’가 붙은 제품을 팔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는 거다. 공정무역 인증 마크는 국제공정무역기구가 정한 공정무역 기준을 모두 준수한 제품에 부여하는 마크다. 커피, 차, 카카오, 주스, 꿀, 설탕 등 원료의 유기재배 원칙을 지키고, 어린이 노동 금지, 여성 차별적 노동 금지, 기후변화 대응 지원, 폐수 및 폐기물 관리 계획 설립 등 기준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커피나 바나나와 같은 단일재료 제품의 경우 재료구성의 100%가 공정무역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쿠키나 아이스크림, 초콜릿 바처럼 제품에 다양한 원료가 들어가는 경우 각 공정무역 원료의 함유율을 표기해야 하며, 적어도 20% 이상의 원료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근래 소셜 섹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슈인 ‘워싱’ 문제는 없을까. 그린 워싱(위장환경주의), 임팩트 워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척’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끊이지 않는데, 공정무역 영역에서 벌어지는 워싱은 ‘페어 워싱’이라고 부른다.
지 대표는 독립적인 외부 감사기관 ‘FLOCERT’의 존재가 마크에 대한 신뢰도를 보장해준다고 답했다. 인증은 국제공정무역기구에서, 감사는 FLOCERT에서 하는 거다. 이 감사기관은 대륙별로 하나씩 지사가 있으며, 아시아의 경우 인도 지사에서 모든 감사를 진행한다. 이곳에서 공정무역 인증 원료를 국제 거래할 수 있는 FLOCERT-ID를 발행하며, 이 ID가 있는 생산자 조합과 기업만이 공정무역 원료를 갖고 생산-수출입-제조하는 과정을 거쳐 판매할 수 있다. 이 ID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제조, 유통 과정을 서류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지 대표는 “공정무역 제품 소비는 ‘윤리적 소비’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 전에 ‘안전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기 재배 원칙 등 원료 생산 과정에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기준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공정무역 제품이 ‘비싸다’는 인식이 많은데, 소비가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이며 분명 머지않아 그럴 날이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사와 제조사는 약 50군데”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협력해 공정무역 시장을 키우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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